「개발자는 끝났다.」 이후에 사실 개발자 에세이는 이제 거의 안 쓰고 있다. 아니 못 쓴다. 내가 할 말은 끝났고 난 글에서 말한 대로 살고 있다. 그리고 개고생 중이다.(..)
AI 시대에 개발자뿐만 아니라 모든 종래의 직무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이 각자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제 각자 선택의 몫이다. 내가 그들의 선택을 대신해 줄 수도 책임질 수도 없다. 다만 거대한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며 어떤 방식으로든 각자 방법을 찾아야 한다. AI로 인한 직업적 위기는 분명히 실존하는 것이다.
원래 그래야 한다, 원래 맞다는 본인의 생각에서 빨리 벗어날수록 오히려 길이 보일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지만 항상 얘기하고 싶은 건, 인생 길다. 불과 5년 전에 개발자가 유망하다고 유행처럼 모두 부트캠프를 갔고 이제는 망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확신, 미래의 예측. 나아가서 미래의 희망에 본인의 현재를 희생하는 어리석은 짓은 더 이상 말리고 싶다. 시간을 낭비하지 말자.
능력 좋으면 살아남는다는 말도 이제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애초에 개발자라는 직업이 괜찮은 것도 고만고만해도 그럭저럭 먹고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니콘이 되어야 살아남는다면, 엘리트 스포츠 선수나 아이돌이랑 다를 바 없다. 대박을 낼 수는 있으나 직업으로는 최악이다.
모두에게 가혹한 잣대를 들이대고 내가 지금 조금 우위에 있다고 거만해져서 훈수 두지 말고 연민을 가지고 이 직업 시장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좋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시적으로 개인의 능력은 중요하지만 그만큼 거시적으로는 시장의 크기가 훨씬 중요하다. 파이를 키워서 이 직업군이 최소한의 생존 기반이라도 유지하려면 어쨌든 실력 있는 사람들이 기술에 머물지 말고 더 큰 사업적 성과를 만들어 내긴 해야 한다. 나도 아직 한참 그 수준에 못 미친다. 나의 사업적 성과보다 훈수가 편하긴 하다. 나도 저렇게 글만 썼으니.
난 하루하루 재밌게 살고 있지만 이 시장 자체에 우울감이 있다. 아니 정확히는 고군분투하는 IT 종사자 모든 분들께 응원의 메시지를 드리고 싶다.
미래가 어디로 흘러갈지는 나도 모른다. 애초에 안다고 확신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어쩌면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필요한 역량은 ‘알 수 없음’ 상태를 잘 견지하고 항상 유연하게 대처하는 태도일 것이다. 그리고 내가 믿고 있는 게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A냐 B냐가 아니다. A와 B일 수 있고 A와 B 둘 다 아닐 수도 있다. 항상 생각하는 것만이 살길이다. 맞다. 인생 더 피곤해졌다.
내 글을 읽고 정답인 양 받아들인 분들에게는 미안한 부분이 있다. 풀스택 프로덕트 엔지니어가 되어도 미래에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애초에 그런 믿음 자체를 부정하는 게 이 글의 요지이다.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스스로만이 알 수 있다.
마지막으로 뜬금없지만 요즈음 내 메인은 책이니까 책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책을 읽어보자. 내가 부족한 교양을 쌓든 삶에서 만나지 못했던 수많은 인간 군상을 만나서 나의 관용을 키우든 두둥실 떠다니는 내 생각을 명확한 언어로 표현하며 해방감을 느끼든.
결국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다. 정말 그런가? 이게 맞을까?
다른 활동으로도 채울 수 있는 것들이나 내 생각엔 책이 제일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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