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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

AX팀을 만드는 순간, 당신의 조직은 AX에 실패한다

핵심 요약

전편에서 '도구를 깐다고 AX가 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번에는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에 답한다. Coca-Cola의 CEO 사임부터 Commonwealth Bank의 AI 봇 실패, JPMorgan의 AI 조직 분리, Lumen Technologies의 정체성 재정의, Bank of America의 Build Once 전략까지. AX 추진팀 신설이 왜 역설인지, 컨설팅으로 CTO가 된 경험에서 조직 변혁의 제1원칙이 왜 조직과 사람인지를 이야기한다.

AX팀을 만드는 순간, 당신의 조직은 AX에 실패한다

불편한 기시감

AX 한다고 AX 추진팀을 신설하는 순간, 이미 실패한 거다.

이 말이 과격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 아닌가. DX 추진 TF. 클라우드 전환 본부. 빅데이터 혁신팀. 조직에서 무슨 팀을 신설해서 전사 도입하겠다. 이게 대체 몇 번째인가. 될 리가 없다.

전편에서 나는 “조직에 Claude Code를 설치한다고 AX가 되지 않는다”고 썼다. 도입과 전환은 다르다는 진단이었다. 반응이 꽤 있었는데, 돌아온 질문은 하나로 수렴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이번에는 그 질문에 답하려 한다.

MIT NANDA 연구에 따르면 기업 GenAI(생성형 AI) 파일럿 프로젝트의 95% 가 실패한다. 95%다. 거의 전멸이다. 그런데 성공한 5%에는 분명한 공통 패턴이 있었다. Central AI lab(중앙 AI 연구소)이 주도한 조직이 아니라, 현장의 line manager(현장 관리자)가 adoption(도입)을 주도한 조직이었다. 별도의 AI 조직을 만든 곳이 아니라, 기존 현장 조직이 직접 움직인 곳이 살아남았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도 여러 번 봤고 직접 만든 적도 있다. 추진 TF. 전환 본부. 위선이다. 그때도 안 됐다. 이번에도 안 된다.

왜 안 되는가. 그리고 그러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계층을 없애야 하는데, 계층을 쌓고 있다

AX의 본질은 계층을 줄이는 것이다. AI가 중간 과정을 흡수하면서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것. 그런데 AX 추진팀을 만드는 건 정반대다. 기존 계층 위에 또 하나의 계층을 올리는 것이다.

이 역설의 가장 극적인 사례가 Coca-Cola의 Project Fizzion이다.

139년 역사의 소비재 기업 Coca-Cola는 AI 기반 전환을 전사적으로 추진했다. Adobe와 함께 Project Fizzion을 공동개발했고, 동시에 AI holiday 광고 실험도 강하게 밀어붙였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 중 하나가 AI 시대의 선두에 서겠다는 포부였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서 먼저 돌아온 건 환호가 아니라 반발이었다. AI holiday 광고는 실제로 거센 반발을 불렀다. 그리고 CEO James Quincey는 본인 입으로 이렇게 말하고 사임했다. “완전히 새로운 전환을 감당할 에너지가 필요하다(someone with the energy to pursue a completely new transformation).” Atlanta 본사에서는 약 75개 직위가 1차 구조조정 대상이 됐다.

여기서 중요한 건 광고 한 편이 실패했다는 얘기가 아니다. 139년 된 회사가 AX를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밀어붙였고, 그 대가를 리더십과 조직 전체가 함께 치렀다는 점이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호주 최대 은행 Commonwealth Bank에서도 같은 결의 문제가 터졌다. 이쪽은 더 적나라했다. AI 음성봇을 도입하면서 콜 볼륨이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 아래 CS 인력 45명을 해고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콜 볼륨이 오히려 늘었다. 관리자들까지 전화를 받아야 했다. 은행은 공식적으로 판단 오류를 인정하고 45명을 다시 채용했다. GitHub Copilot도 도입했지만 성과가 엇갈렸고 결국 접었다. 노조는 이걸 전면 번복이라고 불렀다. 한 달 만의 일이었다.

펜타곤의 CDAO는 R&E(연구·공학) 산하로 재편됐다. 독립 조직으로 밀어 올렸던 AI 기능이 다시 연구·공학 체계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Coca-Cola, Commonwealth Bank, 펜타곤은 업종도 다르고 규모도 다르다. 그런데 별도 AI 조직이나 중앙 추진 방식이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았거나, 결국 다시 손을 봐야 했다는 점만큼은 닮아 있다.

재밌는 건 Fortune이 2026년 3월에 보도한 데이터다. CFO가 주도한 AI 프로젝트의 76% 가 “great value”를 달성했다. 그런데 기업 중 CFO에게 AI 역할을 부여한 곳은 고작 2% 였다.

이 두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역설이 보인다. 실적과 비용의 현실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AI를 주도할 때 성과가 나는데, 대부분의 조직은 새로운 직함(CAIO)을 만들어 별도 조직에 맡긴다.

Intel의 CAIO는 7개월 만에 OpenAI로 떠났다. 7개월. 명함도 채 닳기 전이다.

그리고 이건 AI 조직만의 문제가 아니다. Coca-Cola의 James Quincey, Walmart의 Doug McMillon 같은 대기업 CEO 교체가 AI 전환 국면과 맞물려 일어나고 있다는 것도 시사적이다. AX는 도구 하나 들이는 프로젝트가 아니라, 리더십과 조직 설계 전체를 흔드는 일이라는 뜻이다. 별도 조직을 만드는 순간, 기존 조직은 AX를 남의 일로 만든다.

이게 AX 추진팀 역설의 핵심이다. 계층을 없애야 하는 일에 계층을 하나 더 쌓고 있으니, 구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도구 담론의 한계: 이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오늘날 AX 담론 중 상당수는 Claude Code나 Copilot 같은 도구 시연에 머문다. 이게 됩니다, 신기하죠, 여러분들도 AX 할 수 있습니다. 그런 글을 쓰는 사람들 중에는 스타트업 창업자도 있고, 1인 개발자도 있고, 컨설턴트도 있다.

이해한다. 그들도 생존해야 하니까. 도구 시연은 보기 좋다. 반응도 잘 나온다.

하지만 기업 현실은 다르다. 보수적이고 굼뜨다. 그런데 만약 당신이 AX 담당자로서 “이 좋은 걸 왜 안 쓰지?”라고 되묻는다면, 당신의 AX는 끝난 거나 다름없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사람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이 자기 일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사람들은 직무를 정체성으로 생각한다.

“나는 기획자다.”

“나는 마케터다.”

“나는 백엔드 개발자다.”

AX가 요구하는 건 이 정체성의 해체다. 내 직무의 상당 부분을 AI가 대신하고, 나는 이전과 다른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이건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도구 하나 깔아준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15년차 마케터가 있다고 치자. 그 사람은 주간 리포트를 쓰고, 캠페인 문구를 다듬고, 성과를 정리하는 데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AI가 3시간 만에 자신의 일주일치 리포트를 뽑아내는 걸 본다. 그때 드는 감정이 뭘까. “신기하다”일까. 아니다. 대부분은 그 전에 이런 감정이 먼저 온다.

“그럼 나는 뭐지?”

백엔드 개발자도 비슷하다. 자신이 몇 년 동안 익힌 패턴을 AI가 제법 그럴듯하게 복제하는 걸 보면, 단순히 생산성 도구를 본 게 아니라 자기 전문성의 경계를 다시 보게 된다. 여기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건 더 좋은 데모가 아니다. 그 불안을 견디고, 새로운 역할로 이동할 수 있게 만드는 구조다.

그래서 AX는 도입보다 전환이 어렵다. 도입은 라이선스를 사면 된다. 전환은 사람의 정체성을 다시 짜야 한다.

이건 한 회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데모는 넘치는데, 그다음 월요일에 사람이 뭘 해야 하는지 말해주는 회사는 거의 없다. “당신 직무의 60%가 자동화됩니다”까지는 말한다. 그러나 “남은 40%에서 당신은 이제 무엇을 책임져야 합니다”까지 가는 회사는 드물다. 전자는 기술 이야기다. 후자는 사람 이야기다. 도구를 중심으로 한 AX는 필패한다.

도구를 몰라서 AX를 못 하는 게 아니다. 조직과 사람을 몰라서 못 하는 것이다.


조직을 모르는 사람은 조직을 못 바꾼다

스티브 잡스는 1992년 MIT 강연에서 컨설턴트를 비판했다. 요지는 이렇다. 결과를 소유하지 않고, 실행을 소유하지 않는 사람은 가치의 극히 일부만 만들어낸다고. 조직의 바깥에서 안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이었다.

나는 여기에 거의 100% 동의한다. 다만 내 경우는 조금 특이했다. 매일 붙어서 일했고, 사실상 조직 안에 반쯤 들어간 상태로 움직였다. 대부분의 컨설팅은 이렇게 동작하기 어렵다. 그래서 더 예외적인 사례였다.

이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하는 건 처음이다.

컨설팅으로 시작했다. 한 회사의 기술 조직을 점검해달라는 의뢰가 왔다. 주 4번을 하루 3시간씩 저녁 시간에 회사에 출근을 했다. 퇴근 후에 다른 회사로 출근하는 거다. 말이 컨설팅이지, 실상은 저녁마다 3시간씩 그 조직의 코드를 읽고, 회의에 들어가고,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일이었다.

나랑 처음 같이 진행했던 해당 직원 두 명은 내가 컨설팅을 하는 덕분에 강제로 야근을 하게 된 셈이다. 그 두 사람과 매일 저녁 코드를 보고, 아키텍처를 토론하고, 조직의 문제를 이야기했다.

한 달간 깊게 조직을 이해하게 되었다. 코드베이스의 상태, 기술 부채의 위치, 팀 간 커뮤니케이션의 병목, 사람들의 역량과 불만과 야망. 한 달이면 짧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주 4번, 매번 3시간, 한 달이면 거의 50시간이다.

그러면서 내가 바꾸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 더 많은 욕심이 생겼다. 컨설팅으로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바깥에서 조언만 해서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보였다.

나는 백엔드 아키텍처나 비즈니스를 이해해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 아니다.

나는 나랑 같이 일할 사람들이 누군지가 중요했다. 회사에서 쓰는 기술 스택은 내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기술들이었다. Node.js(당시에 나는 Ruby/Python을 거쳐 한창 Go로 프로젝트하던 상태였고, Node.js를 실무 수준에서 다뤄본 적은 없었다), 컨설팅 메인 프로젝트였던 Kafka도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스택이었다. 기술적으로 보면 내가 합류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만난 그 사람들(그 두 명의 직원, 그리고 그 팀의 다른 멤버들)과 함께라면 무언가 바꿀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기술은 배우면 된다. 도메인은 파면 된다. 하지만 같이 일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된다.

그래서 CTO로 합류했다.

이 경험에서 내가 배운 건 하나다. 조직을 바꾸려면 먼저 조직을 이해해야 하고, 조직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써야 한다. 외부에서 프레임워크를 던져주는 것으로는 절대 안 된다. 매일 저녁 3시간을 쓰면서, 그 조직의 코드와 사람과 문화를 직접 만져야 비로소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부터 바꿔야 하는지가 보였다.

하지만 그것조차 새발의 피였다. 풀타임으로 일하기 시작하니, 컨설팅 기간에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조직 구조부터 서버 운영 이슈까지, 처음 몇 달은 여러 문제를 동시에 맞느라 제때 퇴근한 적이 거의 없었다.

AX도 마찬가지다. AI 도구를 던져주면서 “자, AX 하세요”는 통하지 않는다. 새로운 사업부나 기존 조직에서 작은 부분부터 떼어내서 실험해야 한다. 그 실험은 도구의 실험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실험이다. 그리고 그 실험을 이끄는 사람은 조직의 사람들을 알아야 한다.

조언은 쉽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언의 결과를 끝까지 책임지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이게 내가 AX 이야기를 할 때 자꾸 사람으로 돌아오는 이유다.

잭 도시가 “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에서 말한 AI-native 조직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이 문장이 인상 깊었다. 계층은 원래 사람을 관리하기 위한 구조가 아니라, 정보를 라우팅하기 위한 구조였다. 로마 군대부터 철도 회사, 현대 대기업까지 조직은 늘 같은 문제를 풀어왔다. 누가 무엇을 알고, 그 정보를 누구에게 전달하고, 누가 결정을 내릴 것인가.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온 팀장, 실장, 본부장, PM, 중간관리자 같은 층위도 결국은 이 정보 전달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생겨난 구조였다.

이 관점으로 보면 지금 벌어지는 변화의 본질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AI가 단순히 일을 빨리 해주는 게 아니다. 정보를 모으고, 요약하고, 정리하고, 넘기는 데 필요했던 인간적 중간층의 역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예전에는 사람이 위로 보고하고, 옆으로 조율하고, 아래로 전달해야 조직이 굴러갔다. 그런데 이제는 AI가 그 과정의 일부를 가져간다. 문서를 읽고, 초안을 만들고, 맥락을 정리하고, 데이터를 요약한다. 그 순간 계층은 무조건 필요한 구조가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속도를 늦추는 구조가 된다.

대부분의 회사는 여기서 멈춘다. 기존 조직에 AI 코파일럿을 붙인다. 문서를 더 빨리 쓰고, 회의록을 더 빨리 정리하고, 리포트를 더 빨리 만든다. 기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조금 더 효율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것도 의미는 있다. 하지만 잭 도시가 던지는 질문은 그보다 훨씬 깊다. 회사를 더 효율적으로 돌릴 것인가, 아니면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할 것인가. 전자는 자동화고, 후자는 조직 재설계다. 내가 이 글에서 계속 구분하고 있는 것도 사실 이 둘이다.

이 프레임으로 다시 보면 앞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한 줄로 묶인다. AX 추진팀을 신설하는 건 계층을 줄여야 하는 순간에 계층을 하나 더 올리는 일이다.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도, 결국 자신이 맡아왔던 정보 전달과 조율의 역할이 바뀌기 때문이다. 내가 CTO로 합류하기 전에 한 달 동안 조직을 읽었던 이유도 마찬가지다. 결국 조직 문제는 사람 개개인의 역량보다, 정보가 어떻게 흐르고 누가 무엇을 책임지는가의 문제였다. 그 흐름을 못 읽으면 조직은 못 바꾼다.

그래서 이제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AI 시대의 조직은 더 많은 계층을 필요로 하는가, 아니면 더 적은 핸드오프와 더 선명한 책임을 필요로 하는가. 내가 보기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사람이 전달자보다 판단자에 가까워질수록, 팀은 더 작아지고 책임은 더 끝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AX는 결국 End-to-End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AX는 결국 End-to-End다

전편에서 나는 조직을 5개의 축으로 분해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축으로 End-to-End 책임 조직을 꼽았다. Discovery(무엇을 만들지), Delivery(어떻게 만들고), Distribution(어떻게 팔지)를 하나의 팀이 끝에서 끝까지 보는 구조.

전편을 안 읽은 독자를 위해 한 문장만 더 보태자. 이건 만능 1인 회사를 만들자는 얘기가 아니다. 책임의 중심이 끊기지 않는 구조를 만들자는 뜻이다. 누가 문제를 정의했고, 누가 만들었고, 누가 결과를 끝까지 봤는지가 흐려지지 않는 구조.

AI가 바꾼 건 간단하다. 한 사람의 커버리지. 기획서도 AI가, 코드도 AI가, 데이터 분석도 AI가 거든다. 이전에는 세 팀이 오가며 하던 일을 이제는 훨씬 작은 팀이 감당할 수 있다. 분업의 필요성 자체가 줄어들었다.

Abnormal Security CEO Evan Reiser가 “The Projection Problem”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이걸 잘 설명한다. 아이디어는 고차원이고, 언어는 저차원이다. 전문가가 PM에게 설명하고, PM이 스펙을 쓰고, 엔지니어가 구현할 때마다 — 매 핸드오프가 손실 압축이다. 같은 그림자를 보고 “우리 얼라인됐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각자 다른 제품을 상상하고 있을 수 있다. Reiser는 이걸 해결하기 위해 20년 경력 CISO를 제품 책임자로 직접 앉히고, AI가 그의 머릿속을 인터뷰하는 구조를 택했다. Expert → AI. 핸드오프 1번. End-to-End가 왜 필요한지의 가장 깔끔한 설명이다.

그래서 AX의 방향은 자연스럽게 End-to-End로 간다. 더 작은 팀. 더 짧은 핸드오프. 더 분명한 책임.

이 말이 허황된 구호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그렇게 움직이는 조직들이 있다.

Lumen Technologies는 더 근본적인 접근을 택했다. 30년 된 레거시 통신사. CEO Kate Johnson(전 Microsoft)이 한 일은 도구를 도입한 게 아니라 회사의 정체성을 재정의한 것이다. “레거시 통신사”에서 “AI 경제의 백본”으로.

영업팀에 Microsoft 365 Copilot(업무용 AI 어시스턴트, GitHub Copilot과는 다르다)을 파일럿한 뒤 전 직원으로 확산시켰고, “챔피언 프로그램”으로 부서마다 AI 전도사를 지정했다. 숫자가 인상적이다. 영업사원 한 건의 고객 리서치에 4시간 걸리던 작업이 15분으로 줄었다. 3,000명 이상의 영업 조직에서 주당 평균 4시간을 절약하고, 12개월로 환산하면 $50M 매출 가치를 만들어냈다.

JPMorgan Chase는 더 근본적으로 갔다. 이 회사는 AI를 기술 부서의 하위 주제가 아니라 경영 핵심 안건으로 다루고 있다. 실제로 JPMorgan은 CDAO(Chief Data & Analytics Officer, 최고데이터분석책임자) Teresa Heitsenrether를 경영위원회(Operating Committee) 멤버로 두고 있다. AI를 별도 조직으로 빼낸 게 아니라, 조직의 핵심 의사결정 테이블에 올린 것이다.

Walmart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회사는 파편화된 AI 기능을 고객·직원·파트너·개발자용 4개의 super agent로 통합하고 있다. 당시 Walmart U.S. CEO John Furner는 Fortune Brainstorm Tech에서 “2~5년 뒤에도 인원수는 지금과 대체로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의 뜻은 단순하다. AI로 생산성은 더 높아지겠지만, 그걸 곧바로 사람 수를 줄이는 일로 연결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같은 규모의 조직으로 더 큰 사업을 굴리고, 사람의 역할 내용 자체를 바꾸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Lumen(통신), JPMorgan(금융), Walmart(유통).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AX팀을 별도로 만든 게 아니라, 기존 조직의 역할과 구조를 직접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전편에서 내가 Maker와 Closer를 나눴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산출만 하는 사람을 늘리는 게 아니라, 결과를 끝까지 완결하는 사람을 늘려야 한다는 것. 마이리얼트립 이동건 대표가 말한 방향 전환(“더 잘 만들기”보다 “직접 팔 수 있는 사람 늘리기”)도 그 연장선에 있다. 개발과 마케팅, 제품과 세일즈 사이에 있는 벽을 낮추겠다는 선언이다.

예전에는 이 벽을 넘으려면 다른 팀에 요청해야 했다. 자료를 받아야 했고, 기다려야 했고,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다르다. 개발자가 AI로 광고 카피 초안을 만들고, 고객 피드백을 분류하고, 간단한 데이터 해석까지 직접 해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가면, 이건 개발자에게 영업을 시키자는 얘기가 아니다. 개발자가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그 피드백을 다음 스프린트에 바로 반영하고, 자신이 만든 기능의 비즈니스 임팩트를 숫자로 확인할 수 있게 하자는 뜻이다. 마케터도 마찬가지다. AI가 기획서 초안을 써주니까, 마케터는 이제 제품 방향에 대한 판단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다. 예전에는 “개발팀이 이걸 언제 해주지?” 기다리느라 써야 했던 에너지를, 이제 “고객에게 진짜 필요한 게 뭘까”에 쓸 수 있게 된다.

모든 사람이 모든 일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다만 예전처럼 벽 하나를 넘을 때마다 회의실을 예약할 필요는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때 비로소 Maker는 Closer가 된다. 전편에서 내가 나눈 이 구분은 이제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 산출만 하던 사람이 결과를 끝까지 보는 사람으로 바뀌는 것. 그게 AX 조직에서 개인 레벨에서 일어나는 실제 전환이다.

AX가 성공하는 곳은 직무 중심이 아니라 문제 해결 중심의 작은 팀이다. End-to-End를 책임지는 팀, 핸드오프가 최소화된 팀, 한 팀이 Discovery부터 Distribution까지 보는 팀. AX 추진팀이라는 별도 조직이 아니라, 기존 조직 하나하나가 스스로 AX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도구를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필요가 도구를 끌어당기게 해야 한다.


계층이 사라지고 역할이 바뀐다는 것

같은 조직이지만, 이번에는 구조가 아니라 개인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는지를 본다.

많은 사람이 AX를 IT 부서의 일로 본다. 개발팀이 AI를 쓰고, 디자이너가 코드를 쓰고, PM이 에이전트를 돌리는. 물론 그런 변화도 중요하다.

하지만 진짜 AX는 IT가 아닌 현장에서 일어난다.

최근 OpenAI Codex 팀의 사례가 이걸 잘 보여준다. 이 팀에서 디자이너는 직접 코드를 쓰고, PM은 전달자가 아니라 빌더형 오너로 일하고, 엔지니어는 코드 작성보다 시스템 감독에 집중한다. AI 개발팀이니까 가능한 얘기 아니냐고? 원칙을 보면 그렇지 않다.

“디자이너가 빌더가 되고, PM이 오너가 되고, 엔지니어가 감독자가 된다.” 이 원칙은 AI 회사의 개발팀에만 적용되는 얘기가 아니다. 이건 업종을 불문하고, 역할의 경계가 재정의되는 시대의 보편적 현상이다.

유통을 보자. Walmart에서 매장 운영 담당자는 더 이상 본사에 요청만 넣는 사람이 아니다. 재고와 판촉과 고객 반응을 더 짧은 루프로 직접 다루게 되고 있다. AI 시스템이 만든 건 화려한 AI 대시보드가 아니라, 현장의 판단 반경을 넓힌 것이다. Target도 마찬가지다. Enterprise Acceleration Office는 전사 속도와 민첩성을 높이기 위한 조직이다. 매장 현장에서 의사결정과 실행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것.

금융은 더 극적이다. Bank of America의 Erica는 누적 32억 건 이상의 상호작용을 처리했고, 사용자의 98% 이상이 필요한 정보를 찾는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건 이 숫자가 아니다. Bank of America가 한 일은 소비자용 Erica를 만들고, 그 엔진을 직원용으로, 자산운용용으로, 기업금융용으로 재사용한 것이다. “Build Once, Reuse(한 번 만들고 재사용)”. 한 엔진을 조직 전체로 확산시킨 전략이다.

이게 현장에서 뭘 바꿨나. 상담과 심사와 운영이 각자 문서만 넘기는 구조에서 벗어나, 고객 문제를 더 가까운 곳에서 끝까지 보게 된 것이다. 상담사가 AI에게 반복적인 질의를 맡기면서, 복잡한 금융 문제에 더 깊이 들어갈 여유가 생겼다. 심사 담당자도 마찬가지다. 서류 검증에 쏟던 시간을 줄이고, 실제 리스크 판단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Bank of America CIO의 말이 인상적이다. “초반에 속도를 늦추는 규율이 장기적으로는 훨씬 빠른 가속을 만든다.” 이건 도구 도입 속도를 경쟁하는 조직들이 가장 먼저 귀담아들어야 할 말이다.

통신도 마찬가지다. Lumen Technologies에서 영업사원이 리서치에 4시간 쓰던 걸 15분으로 줄이고, 남은 시간에 고객과 더 깊은 대화를 한다. 이전에는 고객 미팅 전 자료를 모으느라 반나절을 날렸다. 지금은 15분이면 고객사의 업종 트렌드, 기존 계약 이력, 잠재 니즈까지 정리가 된다. 영업사원의 역할이 “자료 수집자”에서 “고객 문제 해결자”로 바뀐 것이다.

제조업도 예외가 아니다. UAE의 Emirates Global Aluminium(EGA)은 CDO(Chief Digital Officer, 최고디지털책임자)를 중심으로 조직 횡단 실행 모델을 만들고, 3,000명 이상의 직원을 재교육했다. 2025년 WEF(세계경제포럼) Industry 4.0 Global Lighthouse로 선정됐다. 알루미늄 업계 세계 최초다.

여기서 공통 패턴이 보인다.

유통에서도, 금융에서도, 통신에서도 사람의 직무가 없어지는 게 아니라, 직무의 무게중심이 이동한다. 보고에서 판단으로. 전달에서 실행으로. 수집에서 해석으로.

중요한 건 모두에게 코딩을 시키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각자가 자기 전문성을 유지한 채 더 넓은 판단 반경과 실행 반경을 갖게 하는 것이다. 보고만 하던 사람이 한 단계 더 실행까지 가고, 실행만 하던 사람이 한 단계 더 판단까지 가고, 판단만 하던 사람이 결과까지 끝까지 보게 만드는 것.

이건 IT 회사 고유의 것이 아니다. 기존 조직이 자기 언어로 번역해야 할 운영 모델이다.

좋은 AX 팀의 역할도 결국 여기로 수렴한다. 도구를 홍보하는 게 아니라, 이런 역할 전이가 일어나게 만드는 것.

그리고 Bank of America가 보여주는 건 그 전이가 하룻밤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에 Erica를 출시한 뒤, 직원용과 자산관리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7년이 걸렸다. 하지만 한 번 깔아놓은 배관은 계속 재사용된다. 빠르게 깔아서 느리게 무너지는 것보다, 느리게 깔아서 오래 쓰는 게 낫다.


툴이 늘어나는 것과 조직이 이기는 것은 다르다

여기서 많은 조직이 한 번 더 착각한다.

AX를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면, 조직원들이 하나둘씩 자기만의 툴을 만들어 오기 시작한다. 비개발자도 Claude Code로 작은 자동화를 만든다. 에이전트를 붙여 리포트를 요약하고, 고객 문의를 분류하고, 회의록을 정리한다. 심지어는 앱도 만들어서 가져온다. 처음 보면 뿌듯하다. “와, 이제 우리 조직도 바뀌고 있구나”라는 감정이 든다.

실제로 그 장면은 꽤 감동적이다. 개발자가 아닌 사람이 자기 업무를 더 잘하기 위해 에이전트를 붙여보고, 작게라도 무언가를 만들어낸다. 조직 입장에서는 분명 좋은 신호다. 적어도 사람들의 심리적 저항이 완전히 닫혀 있지는 않다는 뜻이니까.

그런데 정말 그게 AX일까.

정말 그것이 조직에 AX가 적용된 것일까.

과연 개인의 업무 자동화가 그 조직의 성과에 기여하는 것일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경우, 그 툴은 개인의 마찰은 줄여주지만 조직의 병목은 건드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케터가 자기 주간 리포트를 더 빨리 만드는 툴을 만들 수 있다. CS 담당자가 답변 초안을 더 빨리 만드는 봇을 붙일 수 있다. 재무 담당자가 정산 엑셀을 덜 고생하며 정리하는 스크립트를 만들 수도 있다. 다 좋다. 다 생산적이다.

하지만 회사는 그걸로 이기지 않는다.

회사가 이기는 건 개인이 자기 일을 조금 더 빨리 끝내서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같은 방향으로 더 빨리 움직일 때다. 개인의 자동화가 조직의 승리와 연결되지 않으면, 그건 그냥 툴 하나 더 쓰는 것에 불과하다.

나는 이걸 개인 단위의 국소 최적화라고 부르고 싶다. 본인 책상 위의 마찰은 줄었다. 본인 일정표는 조금 여유로워졌다. 하지만 부서 사이의 승인 대기는 그대로고, 우선순위 충돌도 그대로고, 목표 정렬 부재도 그대로다. 조직은 여전히 같은 데서 느려진다.

더 나쁜 경우도 있다. 각자 자기만의 툴을 만들기 시작하면, 조직은 오히려 더 파편화된다. 마케팅팀 안에서도 A는 자기 GPT를 쓰고, B는 Claude 프로젝트를 쓰고, C는 Zapier와 노션 자동화를 붙인다. 개발팀도 자기만의 에이전트 워크플로우를 만든다. 겉으로 보면 모두가 혁신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는 공통 언어도, 공통 목표도, 공통 운영 원칙도 없다.

툴은 늘어나는데 조직은 더 잘 안 맞물린다.

이건 AX가 아니라 고도화된 각자도생이다.

이 지점에서 나는 예전 글, 승리하지 못하는 조직에게 미래는 없다를 다시 떠올리게 된다. 그 글에서 내가 썼던 핵심은 단순했다. 조직이 승리를 정의하지 못하면, 열심히 일하는 방식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방향 없이 쏟아지는 노력은 위로가 될 수는 있어도 성과가 되지는 않는다.

AX도 똑같다.

조직 목표 정렬 없이 단순히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건, 그냥 툴 하나 더 쓰는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AX 담론은 너무 쉽게 ‘도구 활용률’을 성과처럼 착각한다. 사내에서 몇 명이 에이전트를 쓰는지, 몇 개의 자동화가 만들어졌는지, 몇 번의 데모데이가 열렸는지. 이건 활동 지표다. 성과 지표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이거다.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면, 그 조직의 AX는 아직 장난감 단계다.

구분하자면 이렇다.

활동 지표 (좋아 보이지만)성과 지표 (실제로 중요한)
사내 AI 사용자 수고객 리드타임 단축률
만든 자동화 툴 개수부서 간 핸드오프 감소량
데모데이 개최 횟수의사결정 지연 시간
프롬프트 공유 횟수조직의 비즈니스 성과 기여

사내 발표용으로 쓰기 좋은 건 왼쪽이다. 하지만 진짜 AX를 측정하려면 오른쪽을 봐야 한다.

나는 오히려 조직원들이 자기 툴을 만들기 시작하는 순간, 리더가 더 냉정해져야 한다고 본다. 박수만 치면 안 된다. 그 툴들이 어디의 마찰을 줄이고 있는지, 공통 병목을 드러내는지, 조직의 핵심 가치 흐름에 기여하는지 봐야 한다. 개인 툴 20개가 흩어져 있는 조직보다, 공통 병목 하나를 제대로 없앤 조직이 훨씬 더 AX에 가깝다.

그러니까 개인 자동화는 신호일 수는 있어도 증거는 아니다.

신호는 반갑다. 하지만 증거는 다르다.

AX의 증거는 늘 같다. 더 짧아진 처리 시간, 더 줄어든 핸드오프, 더 선명해진 책임, 그리고 무엇보다 조직 전체의 비즈니스 성과에 기여했는가다.

이걸 놓치면, 조직은 AI 시대에도 예전과 똑같이 무너진다. 다만 예전보다 더 많은 툴을 쓴 채로.


그래도 AX팀이 만들어졌다면

현실은 현실이다. 이미 AX팀이 신설된 조직도 많을 것이다. 경영진이 결정을 내렸고, 팀이 꾸려졌고, 미션이 주어졌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나마 성공 확률을 올릴 수 있는가.

이전 조직에서 일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새로운 프로세스를 도입할 때 가장 효과적이었던 건, 외부에서 전문가를 데려온 게 아니라 각 팀에서 가장 불만이 많고 동시에 가장 일을 잘 아는 사람을 끌어온 것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에이스들이 조직의 진짜 병목을 알고 있었다. 불만이 많은 사람은 문제가 뭔지 제일 잘 안다. 그리고 일을 잘 아는 사람은 무엇이 바뀌면 실제로 일이 굴러가는지도 안다.

AX팀도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AX팀에 필요한 건 AI 전문가가 아니다. 마케팅의 병목이 어디인지 아는 마케터, 개발 파이프라인의 진짜 문제를 아는 엔지니어, 고객 접점에서 무엇이 깨지는지 아는 CS 담당자. 이 사람들이 모여서 AI를 도구로 쓰는 게 아니라, 자기 현장의 일하는 방식을 재설계해야 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현장을 모르는 AX팀은 거의 반드시 “AI 홍보팀”이 되기 때문이다. 사내 세미나를 열고, 도구를 소개하고, 성공 사례를 번역한다. 보기엔 그럴듯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병목은 그대로 남는다.

순서가 전부다. 대부분의 조직은 이 순서를 거꾸로 탄다. 먼저 도구를 깔고, 나중에 어디에 쓸지 고민한다. 그러면 결국 아무 데도 깊게 박히지 못한다.

그리고 미션도 잘못 준다. “AI 도입 촉진” 같은 말은 미션이 아니다. 슬로건이다. 미션은 구체적인 비즈니스 문제여야 한다. 신규 고객 온보딩 시간을 50% 줄인다, 고객 문의 해결 속도를 2배로 올린다, 월간 리포트 작성 시간을 8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인다. 이런 식이어야 한다. 그래야 팀이 도구가 아니라 프로세스를 본다.

이전 조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소프트웨어 품질 개선” 같은 추상적 미션이 아니라 “이슈 개수를 수치화하고, 매주 줄여나간다”로 구체화했을 때 비로소 팀이 움직였다. 이슈를 카운트하고,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렬하고, 줄이는 데 집중했다. 이건 단순히 개발자만의 일이 아니었다. PM, QA, 디자이너까지 모두 하나의 이슈 관리 파이프라인에서 정렬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AI로 해결한 게 아니다.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미션이 구체적일수록 팀은 멋진 데모보다 지루한 병목을 보게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진짜 성과는 그 지루한 병목에서 나온다.

여기에 함정이 하나 더 있다. 많은 조직이 미션을 “AI 도구 활용률 80% 달성” 같은 식으로 준다. 숫자는 구체적이다. 하지만 방향이 틀렸다. 도구 활용률은 활동 지표다. 그게 조직의 어떤 병목을 해결하는지, 어떤 가치 흐름에 기여하는지가 빠져 있다.

제대로 된 미션은 이렇게 생긴다. “고객 문의에서 1차 응답까지 걸리는 시간을 24시간에서 4시간으로 줄인다. 단, AI는 보조이며 최종 책임은 전담 팀이 진다.” 이 미션은 도구 사용률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결과와 책임 구조를 명확히 한다. 도구는 수단일 뿐이다.

사람은 미션만 있다고 움직이지 않는다. 자기 역할이 바뀌는 이유와 경로를 알아야 움직인다.

ServiceNow는 28,000명 전 직원을 평가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평가 그 자체가 아니다. AI를 도입한 뒤 누가 어떤 역할로 이동할 수 있는지, 누구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 지금 어떤 사람들이 반복 업무에 묶여 있는지를 다시 그려야 했다는 점이다. 실무에서 보면 사람들은 AI 자체가 두려운 게 아니다. 자신이 AI 시대에 쓸모없어지는 게 두렵다. 그래서 역할 지형도를 다시 그리는 작업이 먼저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그다음 무엇을 배울지 설계할 수 있다.

AX팀의 일은 도구 전파가 아니다. 사람들이 배우고, 역할을 바꾸고, 현장에서 직접 굴려볼 발판을 까는 일이다.

그리고 실행 권한은 거창할 필요가 없다. 거대한 조직 개편 권한이 없어도 된다. 대신 아주 작은 실험 권한은 있어야 한다. 한 승인 단계를 줄여보는 것, 2주 동안 다른 방식으로 고객 문의를 분류해보는 것, 특정 보고서를 AI 보조로 돌려보는 것. 안 되면 원복하면 된다. 그 정도 권한조차 없으면 AX는 늘 발표자료에서 끝난다. 반대로 그 작은 실험 권한만 있어도 조직은 실제로 배운다.

실험 권한이 없으면 혁신은 없다. 그게 다였다.

AX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하세요”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해보겠습니다”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숫자로. 성공한 실험은 현장 조직에 넘기고, 실패한 실험은 기록해 다음 팀의 시행착오를 줄인다. 중요한 건 실험의 결과가 AX팀 안에 갇히지 않고 조직 전체의 학습이 되는 것이다.

결국 AX팀이 성공하려면, AX팀이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각 현장 조직이 자체적으로 AX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 별도의 AX팀은 필요 없어진다.

존재의 목적이 자기 소멸인 팀.

이건 역설적이지만, 유일하게 작동하는 설계다.

Walmart는 조직을 재편했다. Bank of America는 배관을 깔았다. Lumen은 정체성을 바꿨다. Commonwealth Bank는 되돌렸다.

결과는 이미 나왔다.


나가며

AX의 제1원칙은 도구가 아니라 조직과 사람이다.

AI를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Claude Code를 쓸 줄 아는 것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 도구를 쓸 조직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들이 왜 지금처럼 일하는지, 무엇이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드는지, 무엇이 바뀌어야 그들이 움직이는지.

그리고 이 사람을 이해하는 일의 끝에는 방향이 있다. 조직이 방향을 정의하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도구를 깔아도 사람들은 제각각 다른 곳으로 달린다. 이전 글에서 내가 쓴 대로, 방향 없이 쏟아지는 노력은 위로가 될 수는 있어도 성과가 되지는 않는다.

AX를 잘하겠다는 조직일수록, 역설적으로 더 분명하게 물어야 한다. 우리는 여기서 무엇을 이기려는가.

나는 매일 저녁 3시간을 투자해서 조직을 이해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프레임워크도 아니고, 툴킷도 아니고, 매일 저녁 사무실에 앉아서 코드를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한 것.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이게 진짜였다. 도구를 아는 사람은 도구에 머문다. 사람을 아는 사람은 조직을 바꾼다.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the men to gather wood, divide the work and give orders. Instead, teach them to yearn for the vast and endless sea.”

“배를 만들고 싶다면 사람들을 불러 모아 나무를 구하게 하고, 역할을 나누고, 명령부터 내리지 마라. 대신, 그들에게 거대하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가르쳐라.”

Antoine de Saint-Exupéry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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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ortune, “Why CFOs, not CAIOs, Are the Secret to AI Value”
  3. CNBC, “Coca-Cola, Walmart CEOs Step Down amid AI Shift”
  4. Ads of the World, “Coca-Cola: Designers Lead. AI follows.”
  5. The Verge, “Coca-Cola’s new AI holiday ad is a sloppy eyesore”
  6. CBS Atlanta, “Coca-Cola plans to cut about 75 jobs at its Atlanta headquarters in early 2026”
  7. The Register, “Commonwealth Bank AI Chatbot Fail: 45 Rehired”
  8. Walmart Tech, “All in on Agents”
  9. Fortune, “Why Walmart’s CEO says AI won’t lead to lower headcount”
  10. Microsoft, “How Copilot Is Helping Propel an Evolution at Lumen Technologies”
  11. Fortune, “Inside Bank of America’s Build Once AI Strategy”
  12. Bloomberg, “Intel CAIO Leaves for OpenAI after 7 Months”
  13. Defense Scoop, “Feinberg orders major shakeup in Pentagon’s AI enterprise”
  14. CloudWars, “ServiceNow: 28,000 Employees Assessed for AI Skills”
  15. SalesforceBen, “Salesforce Lays Off Nearly 1,000 Employees in Early 2026”
  16. CNBC, “JPMorgan CEO Jamie Dimon: AI Is Reshaping Workforce”
  17. JPMorgan Chase, “Teresa Heitsenrether”
  18. EGA, “EGA Designated Industry 4.0 Global Lighthouse by WEF”
  19. Evan Reiser, “The Projection Problem”
  20. flowkater.io, “조직에 Claude Code를 설치한다고 AX가 되지 않는다”
  21. Target, “Enterprise Acceleration Office”
  22. Block, “From Hierarchy to Intelligence”
  23. YouTube / Peter Yang, “How OpenAI’s Codex Team Builds with Codex”
  24. flowkater.io, “승리하지 못하는 조직에게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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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the author

Tony Cho

Indie Hacker, Product Engineer, and Writer

제품을 만들고 회고를 남기는 개발자. AI 코딩, 에이전트 워크플로우, 스타트업 제품 개발, 팀 빌딩과 리더십에 대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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