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고를 시작하며.. 2020년은 모두에게 어려웠고 나에게도 특히 고난하고 지난한 한 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업 놀이하던 대표에서 다시 개발자1이 되어 고군분투하던 한 해였다. 무척 힘들었고 10kg가 더 쪘으며 지금도 내가 맞닥드린 문제를 완전히 풀지는 못했다. 대부분 평안하지 못하여 불행했고 그래도 가끔 행복했다. 그리고 순탄치 못한 길을 헤쳐나가며 많이 느끼고 많이 배우고 실패의 연속 속에 무엇보다 내 스스로를 가장 많이 돌아보고 반성한 한 해이지 않은가 싶다. # 타임라인 ## 1분기 회사가 자금난에 계속 시달리는 상태이다. 2년간 시범으로 운영하던 선대, 통계 스터디를 온라인 콘텐츠화 ([데이터콜론 |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처럼, 라이브 데이터 과학 스터디](https://www.datacolon.io/allcourse)) 시켰고 디자인, 마케팅, 기획, 콘텐츠 제작까지 순전히 단 둘이서만 작업하고 릴리즈하였다. 캐시카우를 위해 급하게 개발된 감이 없지 않아 있었고 개발은 3주 정도 걸렸다. 사실 데이터 콜론 이전에 이미 온라인 상에서 스터디를 모집해서 운영은 하고 있었는데 자체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끼고 만들었고 덕분에 후술한 3분기에 덕(?)을 보았다. <br /> 아주 짧게 썼지만 매일 밤을 악몽에 깨고 새벽에 식은땀을 흘리며 헛구역질을 하고 불안감에 지옥같은 나날이었다. ## 2분기 하지만 온라인 코스 특성상 일정 이상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했고 당시에 이미 무급에 개인 대출로 생활하던 시기라 다른 방법을 택해야했다. 결국 이직을 택하고 당분간 다른 회사로 출근하게되었다. 옥외 스크린에 영상 콘텐츠를 실행하는 셋톱박스와 그걸 지원하는 CMS를 세일즈하는 B2B 회사였고 처음에 내가 맡은 건 비어있는 Front-end 개발 포지션에 들어가서 새로운 광고 편성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br /> 간만에 돈 걱정없이 열심히 개발에만 집중했던 시기였다. 스타트업 대표로 살다가 개발자1이 되었다. ## 3분기 택시에 태블릿을 설치해 광고 사업을 하는 신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해서 데이터 리드를 맡게 되었다. 데이터부터 쌓는 것이기 때문에 개발팀 내에서 SQL 사내 스터디/교육을 진행하고 BigQuery 도입이나 데이터 엔지니어링 업무, 분석 관련해서 주로 업무를 했고 기존 셋톱박스 이상 탐지 예측을 위해 시계열 분석 업무를 하며 계속 RnD도 진행하였다. 물론 CMS Front-end 개발은 필요할때 계속 개발 업무 진행. 그러다가 SK 사내 교육 담당자와 연락이 되어 기존 데이터콜론 콘텐츠 선대, 통계를 각각 사내 교육 포맷에 맞게 재촬영 및 편집하여 납품하게 되었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이동 시간이 줄어 회사 업무가 끝나자마자 관련 작업을 계속 이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영상 촬영과 아웃풋을 내야했던 상황이라 할때는 좀 힘이 많이 들었다. 특히 편집 지옥에 빠지니 너무 힘들더라.. <br /> 내가 잘하는 일을 찾아서 하게 되었고 2월에 개발한 데이터콜론 덕을 보게 되었다. ## 4분기 한 회사의 대표가 아닌 일개(?) 직원으로써 일하면서 리더십과 팀 문화, 그리고 팀원 간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해서 많은 걸 느꼈고 내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 반성하고 깨닫는 시기가 되었다. 언젠가 이에 대해서 글을 쓸 기회가 있을 것 같다. 3분기에 하던 작업을 계속 이어서 하고 있었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결국 다시 내 회사를 살려보기 위해 퇴사를 하게 되었다. 사실 자의반 타의반이라 용기있게 다시! 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내가 계속 생각하고 있었던 일이니 뭐 잘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투데잇의 숙원 사업인 뉴투데잇 개발을 드디어 시작했다. 백엔드를 Django 에서 Go로 Nextjs 랜딩페이지 배포 (stoodi.io) 하면서 고군분투를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개발이 궤도에 오른 것 같다. 물론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 모바일 앱은 Flutter 로 개발 중이고 파트타임으로 도와주는 친구가 있어서 백엔드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1월부터는 나도 Flutter 개발에 집중해야할듯 하다. <br /> 월급쟁이로 짧게 살아보니 매달 들어오는 월급이 얼마나 달콤한 건지 깨달았다. 그리고 그 달콤함에 젖어 내가 해야할 일을 미루고 시간을 벌고 있는 내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지옥에서 잠깐 벗어나서 한숨 돌리는데 다시 지옥으로 돌아가야 하는 심정이랄까? 하지만 결국 내가 가야할 길이라면 최대한 발버둥쳐보자. # 좋아개 ## 좋았던 점 **다시 개발자가 되었다.** 의외로 좋은 점이 많이 있다. 먼저 한 해동안 생존 코딩을 하게 되다보니, 개발 폼이 많이 돌아왔다. 지난 3년간은 내가 개발자로서 평가받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올해는 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코딩을 했던 것 같다. [flowkater (flowkater) · GitHub](https://github.com/flowkater) github 프로필에 비어있는 5월~10월 커밋로그는 전부 bitbucket 을 이용한 회사 내 커밋들이다. 다루었던 기술 스택도 다양하다. 아마 이런 내용들은 차례차례 블로그에 정리해볼 예정이다. **홀로 서기 대표** 에전에는 누군가에게 맡겼던 법인 업무를 스스로 모두 처리할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일인가? 싶지만 그래도 나는 좋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거하면서 그 월급 가져갔나? 라는 생각도 잠깐 하긴 했었지만 (ㅋㅋㅋ..) 뭐 그때의 나에겐 큰 일들이었으니 후회는 없다. 예전에는 서류/금융 업무를 맡아서 하면 그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다른 일을 못하곤 했는데 매달 해야하는 일, 주기적으로 처리해야하는 일들을 Things에 잘 입력해놓고 적절히 잘 처리하고 있는 것 같다. 누군가에겐 담당 업무인 일들이 나에게는 이제 퇴근 직전 또는 업무 시작 전에 빠르게 그리고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공인인증서 다이얼로그가 먹통이거나 윈도우컴이 갑자기 보안 업데이트를 하고 있으면 살의가 올라오는 건 여전하다(..) 그래도 심리적 허들이 많이 낮아진게 제일 큰 것 같다. 갑작스럽게 귀찮은 일이 생겨도 그냥 하면 되지 뭐.. 정도. **실패를 했다.** 고민을 했는데, 이건 좋은 점인 것 같다. 그리고 단순히 실패 뿐만 아니라 다시 직원1로 다른 팀에서 업무를 해보면서 단순히 실패했을때의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아, 내가 그때 그랬구나, 나는 더 잘할 수 있는가 와 같은 자기 반성적 회고적 그리고 내가 했던 수많은 실패의 답에 대한 실마리를 어느정도 본 것 같다. 물론 그게 정답은 아니겠지만.. 과거에 나랑 함께했던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이 생기더라. 그리고 실패를 했어도 스스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부던히 노력했다. 그래도 옆을 지켜주는 사람들 덕분에 또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던 것 같다. **운동** 코로나가 겹치면서 중간중간 끊긴적도 많지만 헬창의 삶을 계속 이어갔다. 3대에만 주구장창 매달리다가 올해 정체기와 부상 등으로 다른 웨이트도 하고 근육량도 많이 회복했다. 0.1톤이 넘는 몸무게로 턱걸이를 15개씩 하게 되었지만 몸이 너무 무거워 30개씩 하던 멸치시절이 그립다. 다시 헬스장을 갈 수 있게 되면 이제 다이어트를 해보자. ## 아쉬웠던 점 **생존을 위해 수학이나 데이터 사이언스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회사에서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지만, 데이터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조직에서 해당 업무는 그냥 additional 무언가였다.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하면서 내부 조직들을 교육해보았자 결국 비지니스 의사 결정권자가 모르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 관점과 뷰를 공유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건지도 뼈저리게 느꼈다. 여튼 핑계고 먹고살기에 바빠서 많이 못했다. 21년에는 유튜브 보는 시간에 수식 한번 더봐야지. **책을 많이 못읽었다.** 생리 욕구와 안전 욕구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나의 자아 실현 욕구를 펼치기에는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뭐 근데 유튜브 본 시간 생각하면 그냥 핑계다. 그래도 리디북스 페이퍼도 샀고(?) 간간히 서점가서 종이책도 구매했다. 이건 한 해 책 결산 후기에서 따로 정리하겠다. ~~**비트코인 투자**~~ 가즈아~~~ ## 개선할 점 **건강해지자** 다어이트, 꾸준히 운동하기. 누구나 하는 새해 결심. 운동을 좋아하니 식단관리만 잘하면 된다. **책 많이 읽기** 유튜브, 영상 콘텐츠를 줄이고 책을 많이 읽을 것. **충실하게 살자** 아무리 노력해도 안될때도 있다. 애초에 내가 실력이 안되는 걸수도 있고. 운이 정말 나쁜 경우도 있다. 그래도 충실하고 최선을 다하면 항상 무언가는 남게 된다. 문제를 직면했을 때 무언가를 해야할 때 망설이지 말고 고민하지 말고 일단 정면 돌파. # 내년 목표? 목표는 많다. 근데 나는 20년 한 해가 19년 말에 전혀 상상하지 못한 한 해였다. 코로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랬을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최대한 많이 할 것이다. 그게 나의 새해 목표다. 좀 부지런하게 살아보려고 한다.